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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문학

[정글만리] 중국 대륙에 사는 우리들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




정글만리를 처음 읽을 땐 사실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도 모르고 집어들었다. 적어도 내게 중요했던 것은 내용보다는 조정래의 신작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엔 그 내용이 내게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크고 진했다.



1. 우리 모두의 이야기

피카레스크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전대광이라는 유쾌하면서도 실력 좋은 상사원을 중심으로 뻗어나간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중국을 찾은 한인들과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중국사람들 혹은 중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소설 정글만리가 실타래처럼 얽힌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발산하는 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자,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이야기 또는 앞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담담하게 느껴지기까지하는 이런 구성 덕분에 "진짜 별 일 다 있구나"싶게 만드는 것 같다.



2. 어쩌면 교훈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어느 덧 내 나이 삼십줄에 가까워지며 항상 느끼고 배우는 거지만 세상사 정말 그물과 같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내 발 끝이 절벽인지도 모른채 헛디뎌 끝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갑작스레 찾아오는 실패와 인생의 전환점은 전혀 생각지못한 반전과 반전이 무수하게 숨어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또 그 덕에 당장에 머릿속을 파고든 좌절과 삶에 대한 회의감에 무작정 두려워지는 순간에도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는 것 또한 느끼게 한다.



3. 현실적이지만 달달한 사랑이야기

사랑이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줄은 몰랐지만 어쩌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으레 생각한건 사랑이란게 우리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기분에 빠져들게 하는 묘약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랑은 하나의 세계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의 충돌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마치 운석이 쏟아지는 달의 표면처럼 우리는 사랑때문에 아프고 또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보처럼 아파하는 이유는 나와 다른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서재형과 리옌링의 사랑을 보면서 문득 거대한 두 개의 우주가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 타국의 사람을 사랑하게되고 마치 나의 조국인 듯 똑같이 사랑하게되고 그래서 서로의 역사적 아픔에 같이 아파한다. 그런 그들의 사랑은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의 유년의 역사가가 될 준비, 그녀의 모든 사랑, 공포, 증오에 대해서 배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녀의 마음과 몸 안에 흘러다녔을 모든 것이 갑자기 매혹으로 다가왔다."



4. 끊임없이 흘러가는 인생, 돌아보기도, 나아가기도 하는 것

한 끼에 1위안의 식사로도 행복을 느끼는 최하층 노동자 계급과 리베이트는 물론이요 회사의 이익도 절반이나 꿀꺽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돈에 미친 사람들, 중국이 보여주는 그 거대하고 모순된 현실은 어느나라나 그 모습만 달리한 채 존재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발자국은 앞으로 내딛는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나 스스로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오랜만에 기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