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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외국영화

[마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도 아직 남아있는 아쉬움


* Review를 작성하다보면 은연중에 스포일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리뷰는 영화를 다 보시고 난 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 들어가기 전에: 기대했던 괴짜 과학자의 생존능력 하지만 그래서 진하게 남는 아쉬움

나는 원작을 보기 전에 영화를 보았다. 즉 원작은 아직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라는 카피로 마크 와트니 캐릭터에 초점에 맞췄다.

카피와 예고편만 보면 마크 와트니의 과학적 능력 혹은 생존본능, 그리고 화성의 가혹한 환경에 무게중심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 영화의 무게중심은 나사와 와트니의 팀원들, 지구적 차원의 구조활동에 있었다.

이는 영화의 배경과 인물설정에서 끌어낼 수 있는 100%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2) 마크 와트니는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구조된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는데, 영화 설정 상 마크 와트니는 분명히 뛰어난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살아남았고, 영화에서도 일부 확인 가능하다(화성에서 물을 만들어 내는 모습).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그 곳에 없었다. 지구에서, 나사에서 어떻게든 그를 구출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기고, 기술자들이 총력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중국에서까지 도움을 주는 등 너무 많은 도움이 있다.


이런 모습이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라면 영화의 러닝타임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여기에 쓰였다는 게 낭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지구적 차원의 노력 없이 마크 와트니는 절대 구조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사투와 고뇌 절망,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그 바탕이 되는 과학적 지식을 모두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재미가 반감되는 구조였다. 특히 중국이 개입하는 과정은 더욱 몰입을 방해했는데, 중국이 없이는 와트니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허사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3) 평범한 사막과 다를 게 없는 화성

그 다음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한 환경이어야 할 화성이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다. 기지가 날아가 버리고 와트니가 숨도 쉬지 못하는 상황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처음 폭풍이 몰아쳤을 때 이후로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결국 기지 파손일 뿐, 더 다양한 극한의 환경을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의 설정상 화성은 그 어느 곳 보다도 절망적인 무대가 되어야 하지만 800일 동안 화성은 와트니가 감자증식에 성공하는 토양을 제공했을 뿐 그를 압도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절대적인 공포를 관객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그에 걸맞는 화성의 가혹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사막 한 가운데 휴대폰도 없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무서울 수 있지 않을까? 화성의 환경이 겨우 모래폭풍이 부는 조용한 곳이라면 차라리 사막이 더 다이내믹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사막에서는 폭염과 혹한을 한나절동안 겪어야 하고, 맹수들이 살고 있으며, 역시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


특히 영화에서는 중간중간 산소의 농도치, 기압 등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것들이 그저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음에 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4) 비범한 캐릭터의 꺾여진 날개

내가 그토록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우주 한 가운데 버려진 우주비행사와 바다 한 가운데서 침몰하는 타이타닉, 어느 쪽 생명이 더 귀중한가? 생명에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우주비행사의 목숨이 귀중한만큼 다른 쪽 역시 귀중한 생명이 아닌가?


타이타닉을 예로 들었지만 당시의 구조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마션의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마크 와트니의 800일 간의 사투를 보며 응원하고자 하는 여지를 없애버렸고, 와트니가 겪었을 그 간의 고통과 하루에도 수 없이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사념, 이를 떨쳐내려는 마인드컨트롤과 같은 시간을 관객들로부터 지워버렸다. 

단지 어서 나사가 일정에 맞춰 보급선을 만드는데 성공하기를, 그 동안 와트니는 굶주린 배를 움겨잡고 살아만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보급선 이륙에 실패한 이후에는 중국의 도움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를 보며, 어쩌면 이영화는 와트니가 과학자가 아니었더라도 가능한 구출작전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동시에 떠오르는 그 동안의 참사들, 국가적 노력으로 화성에 떨어진 와트니는 노력으로 구출할 수 있었으면서, 지구의 참사 속에서는 왜 생명이 꺼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는지, 그 수 많은 참사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개인의 사투와 고뇌는 조명하지 않는지, 왜 그들을 겨우 구조대가 와주기를 바라는 어린애처럼 만들어버렸는지, 와트니라는 훌륭한 캐릭터의 날개를 꺾어버렸는지,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5) 속 빈 강정

이 영화에 대해 한 줄로 평가하자면 속 빈 강정이다. 화성이라는 근사한 무대 위에 상상의 날개를 펼칠 화성, 과학자를 반죽했지만 정작 그 속을 채울 알맹이를 빠뜨려버렸다. 내내 그 점이 아쉽다.

국가적 차원의 구조활동이 배경이 되는 영화라면 이미 많이 보아왔기에 식상하다. 화성, 우주에서 살아남는 과학자의 이야기이기에 더더욱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못지 않은 혹은 더 뛰어난 영화라는 말에 무작정 달려가 아이맥스로 관람했지만 속은 듯한 기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